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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다꾸일기(My Daily Journal)/2022년

다꾸 초보자의 다꾸일기 84 (feat. 지나가는 여름을 추억하며 9월 시작하기, 나는 왜 다꾸를 하는가에 대한 잡담, 스압)

by 취향의 정원 2022. 9. 1.

#1. 푸른 바다 감성 다꾸

입추 이후 날씨는 제법 선선하다. 몸이 차서 더위를 적게 타고 추위는 많이 타는 내 입장에서는, 쌀쌀하다 싶을 때도 있어서 얇은 바람막이를 걸치곤 한다.

벌써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 겨울이 다가오는가 싶어, 시간의 흐름에 깜짝깜짝 놀란다. 다꾸일기는 실제로 다꾸한 시간과 편차가 제법 있다. 워낙 다꾸를 많이 하는 데다 귀찮아서 포스팅 안 하면 밀리다 보니, 여기에 올리는 다꾸는 거의 한 달 전에 한 걸 올리게 된다.

그래서 다꾸에 현 시점과 다른 계절감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위의 다꾸를 보면 한 달 전에는 정말 더워서 시원한 바다와 파랑을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솔직히 최근은 견딜만한 더위라서, 바다와 파랑이 저때만큼 그렇게 간절하지 않다.ㅋㅋ

여하튼, 흑백의 바다와 파란 수면 아래의 풍경, 나비 등을 사용해 시원한 느낌을 주고 싶었던 감성 다꾸.

 

#2. 고요한 푸른 밤 감성 빈티지 다꾸

고요하고 고즈넉한 밤, 사색에 잠긴 듯한 소녀, 이런 분위기 정말 좋아한다. 이땐 정말 푸른색에 홀려있었나 봐. 

 

#3. 흑백 감성 빈티지 다꾸

다꾸에 주구장창 파란색만 쓰다 보니 변화를 주고 싶어서, 아끼는 흑백 엽서 사진과 스티커를 꺼내 들었다. 다꾸했을 당시에는 결과물이 기대치만큼 나오지 않아서 시무룩했는데, 막상 한 달이 지나서 다시 보니 나름 괜찮은 느낌. 사진 색감 덕분에 빈티지한 느낌이 잘 살아 보인다.

 

#4. 우주 감성 빈티지 다꾸

우주 다꾸를 좋아하지만, 하면서 늘 어렵다고 느낀다. 연습이 필요해.

 

#5. 9월을 시작하는 가을 감성 다꾸

앞서 대부분의 다꾸일기는 실제와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있다고 했지만, 이건 실시간이다.ㅋㅋ

9월을 시작하는 김에, 웰컴 9월(Welcome September)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 가을 하면 역시 알록달록 단풍색이 최고지. 노랑, 주황, 빨강 등 화려한 색감이 떠오른다. 

 

#6. 나는 왜 다꾸를 할까(잡담)

4월 중순 쯤부터 본격적으로 다꾸템을 구매하고 열심히 하기 시작했으니 4개월 이상 꾸준히, 열광적으로 이 취미를 계속해 온 셈이다. 어떤 취미든 금방금방 질리는 나로서는 - 보통 2~3주 만에 취미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진다 - 이렇게 오랜 기간 다꾸에 대한 애정이 계속되는 게 신기하다. 그래서 나는 왜 다꾸에 이토록 깊이 빠졌는가,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단순하게 보자면 나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어른들을 위한 오감놀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유튜브나 틱톡에서 ASMR 계열의 다꾸 채널이 인기가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ㅋㅋ 시각, 청각, 촉각적 측면에서의 즐거움이 상당하거든. 그러나 이 이유 하나로 내가 다꾸에 푹 빠졌다고 설명할 순 없다. 단지 저 이유 때문이었다면 진즉 다꾸에 질렸을 게 분명하다. 요즘은 워낙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빨라서, 금방 무언가에 빠지지만 또 순식간에 소비하고 질려버리곤 하니까.

둘째,
나는 다꾸를 하며 생산뽕에 취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ㅋㅋㅋ

다꾸는 잘하건 못했건 내가 만든 단 하나의 유니크한 작품이다. 세상에 똑같은 다꾸는 없다. 아무리 비슷하게 따라 하려 해도 가진 재료도 사람마다 다 다르고, 어떻게 활용하고 배치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똑같이 만든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내 다꾸는 특별하다.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여 만들어낸 일종의 분신이라서, 못난 자식이라도 내 새끼가 최고, 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ㅋㅋㅋ

그동안 내가 가졌던 취미는 대개 수동형이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강의를 들으며 자기 계발을 하고. 물론 그런 인풋을 통해 나만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는 있다. 리뷰를 쓴다든지,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을 적용하여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든지. 그러나 기본적으로 다른 이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내가 들어가는 행위였다.

그러나 다꾸는 다르다. 사실 다꾸라는 게 특별히 따라야 할 룰이 있는 게 아니라서, 굉장히 자유도가 높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창조하는 나만의 세상이랄까,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해서 얻어낼 수 있는, 나만의 결과물이라는 게 정말로 마음에 든다.

예전의 나는 D.I.Y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을 이해 못했다. 그냥 물건은 직접 만들기보다 돈 주고 사는 게, 돈도 시간도 절약되고 심지어 결과물도 더 훌륭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 사람들의 심정을 백번 이해할 수 있다.ㅋㅋ 정말이지, 내가 나만이 가진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는 그 뿌듯함과 만족감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셋째,
이게 제일 결정적인 이유인데, 내게 있어서 다꾸는 "일기 쓰기"와 결합될 때 최고의 효과를 낸다.

일기 쓰기는 2월부터, 다꾸는 4월부터.
다꾸를 시작한 것부터가 일기만 쓰면 심심하고 허전하니까 곁들일 게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다꾸를 4개월 동안 꾸준히 즐겼다고는 하지만, 그 중간 중간 위기(?)는 있었다. 이를테면, "다꾸를 하는 건 재미있지만, 이게 내게 어떤 효용이 있지? 무슨 가치가 있지?"라는 생각이 가끔 들곤 했던 것이다.

취미는 그냥 순수하게 그 행위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취미에서 효용과 가치를 찾기 시작하는 순간, 취미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저 생각을 하고는 "이제 다꾸를 그만둘 때가 되었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을 했으면서도 나는 이 취미를 계속하고 있다.

그 까닭을 추적해보니, 나에게 있어 일기 쓰기와 다꾸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상호보완적 관계라서, 일기를 쓰는 한 다꾸를 계속할 것이고, 다꾸를 하는 한 일기 쓰기를 계속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꾸 자체만으로는 어떤 효용을 가지고 있는가, 의문을 갖게 되는데 그게 일기 쓰기와 결합하는 순간, 최고의 효용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일기 쓰기로 극복했기 때문에, "일기"는 내게 큰 의미를 가진다.

맥락과 두서 없는 헛소리, 물건/사람/영화/드라마/도서 등 내가 접한 모든 것에 대한 생각, 감정 쓰레기통, 갑작스레 떠오른 아이디어, 이 모든 게 내 일기 하나에 들어가 있다. 역할에 따라 노트를 분류해 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관리가 힘들어서, 그냥 노트 하나에 때려 박아 버렸다.ㅋㅋ 일기 쓰기의 효과에 대해 말하자면, 안 그래도 긴 글이 더 길어질 테니 생략. 개인적으로 유튜버 "이연"님의 일기에 대한 영상들을 추천한다. 나도 그 분의 영상을 보고 일기 쓰기를 시작했고, 그 효과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평생 계속할 습관이다.

여하튼 일기 쓰기와 다꾸가 결합하니 둘 다 더 특별하고 소중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게 일기 쓰기와 다꾸 모두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내 삶과 생각을 꾸준히 기록한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소중히 보듬는다는 느낌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스스로를 격려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되기에, 난 앞으로 쭈욱 다꾸와 일기 쓰기를 계속하겠구나, 그만둘 수 없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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